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10일)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인상한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이며, 가장 최근 합의는 17년 전인 2008년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3일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통합 차원에서 노·사·공 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며 그 목표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입장차가 커서 올해도 결정에 난항을 겪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올해(시급 1만30원)보다 14.7% 오른 시급 1만1천500원(올해 대비 14.7% 인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은 이후 동결 또는 인하해 지난 8일 8차 수정안으로 1만900원(8.7% 인상)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0원 동결' 요구에서 출발해 8차에 1만180원(1.5% 인상)까지 올렸다. 이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더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지난 8일 이 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심의 촉진 구간의 상한선까지 최저임금을 올려도 4.1% 인상에 불과해 윤석열 정부 첫해인 5.0%에도 못 미친다며 공익위원에게 촉진 구간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공익위원들이 수정안 제출을 요구하자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이날 퇴장으로 항의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한국노총 위원들은 항의했으나 퇴장하지 않고 10차까지 두 차례 수정안을 더 제시했으며 결국 표결 대신 시급 1만320원으로 접점을 찾아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회의에서 퇴장한 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 구간은 노동자의 삶을 도외시한 채,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기만적인 안"이라며 "이는 심의가 아니라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합의 직후 유감을 표하며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영계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을 감안해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내수 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고심 끝에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오늘 결정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기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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