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남용 지적도[권대정 기자 2018-06-02 오후 4:23:14 토요일] djk3545@empas.com
檢·警에 이어 정부부처까지 전방위 조사나서 ‘자고 나면’ 압수수색… 연인원 240여명 투입 내부 제보 이어지며 각종 비리 의혹 ‘봇물’ “범죄 단서 나와 수사 불가피”…공권력 남용 지적도
/그래픽=박길우
압수수색 11번, 투입인원 240여 명, 수사·조사에 나선 정부 기관만 10곳. 지난 4월 12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수면 위로 떠 오른 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는 점점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수사권과 행정조사권을 가진 정부 기관들이 동시에 수사·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사 대상도 ‘갑질 의혹’을 넘어 수백억원대 횡령·배임에서 조세포탈·관세 탈루·밀수 의혹까지 다양하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끝나면 관세청이 압수수색을 하고,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매는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했다. 가장(家長)인 조 회장도 횡령·배임·탈세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고,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0년 전 인하대 부정편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교육부·고용부까지 10개 정부기관 나서…20년 전 의혹도 조사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이날 오전 대한항공 본사 재무본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수사관 30여 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세 번째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구관·신관과 한진칼·정석기업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다음 날엔 트리온무역, 미호인터내셔널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틀간 압수수색에 투입된 인원만 6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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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뿐만이 아니다. 조 회장 일가의 밀수·관세 탈루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관세청은 4월 21일·23일, 5월 2일·16일·21일 등 다섯 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과 조현아·조원태 남매 자택은 물론 인천공항 2터미널의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 협력업체 등 압수수색 대상도 광범위했다. 경찰과 법무부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모두 11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검·경 등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정부 주요 부처들도 ‘한진 조사’에 가세하고 있다.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는 한진그룹 일가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말 기내면세품 통행세 의혹과 관련해 기업집단국 직원 30여 명을 동원해 수일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기업집단국은 과거 대기업 조사를 전담했던 '조사국'이 부활한 조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조 회장 일가의 농특산물 밀반입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 등 대한항공의 근로 실태 전반에 대해 감독에 나섰다. 국세청도 범(凡) 한진가의 상속세 탈루 의혹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교육부는 20년 전인 1998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 의혹과 관련, 이달 4일부터 조사관 5명을 투입해 편입학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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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발단이 된 '갑질'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으로 일단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았다. 지난달 28일과 30일 이 이사장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한 경찰은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이사장의 구속 여부는 4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이후 결정된다. 경찰은 또 조 회장 일가가 회사 경비원을 자택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임금을 회삿돈으로 지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이은 내부 제보…개별 기업 대상 이례적 전방위 조사 이처럼 사정기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에서까지 한진그룹이 ‘타깃’이 된 것은 내부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등에는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내부 고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개별 기업에 대해 10개의 정부기관이 제각기 조사에 나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가 ‘갑질’로 인해 여론의 공분을 사면서 정부 기관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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