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쓰레기에 몸살

음식물로 쥐 개체수 증가 [권대정 기자 2018-07-31 오전 10:25:28 화요일] djk3545@empas.com

여름철 시민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 늘어나자 개체수 급격히 증가

서울 여의도에 사는 주부 정나진(34)씨는 토요일인 지난 21일 이른 아침 산책을 하러 인근 한강공원을 찾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날 밤 시민들이 잔디밭에 버리고 간 치킨 상자에서 쥐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정씨는 "너무 놀라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며 "쥐가 돌아다니는 공원에 어떻게 마음 편히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인근 아파트 단지에 쥐 출몰이 잦아졌다. 폭염을 잊으러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증가한 탓이다. 쥐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번식하는 데다, 야생 고양이도 쥐 대신 음식물 쓰레기로 배를 채우면서 쥐가 급격하게 번식한 것이다. 지난 21일 오전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 곳곳엔 배달 음식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잔디밭에선 반쯤 부패한 쥐 사체도 한 구 발견됐다. 인근의 한 주민은 "주말엔 음식 냄새가 집까지 날아와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을 지경"이라며 "쥐까지 나오니 여기가 서울 도심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강 인근 아파트 경비원 황모(70)씨는 "요즘 쥐를 봤다는 아파트 주민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수일 전에는 쥐 한 마리가 배관을 타고 한 주민의 안방으로 들어가 소동이 벌어졌다. 여의도 주민이 모인 인터넷 카페엔 "천장에서 쥐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서 밤새 잠을 설쳤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소속인 한 미화원은 "매일 쥐 사체를 1~2구씩 본다"고 말했다. 노점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유팔례(81)씨는 "가게 문을 잠시만 열어놔도 쥐가 들어온다"며 "자리를 비울 땐 문을 꼭 닫아 놓는다"고 했다. 영등포구청엔 쥐를 없애달라는 여의도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2016년 여의도 한강공원 나들목 등에 설치된 '배달존' 폐지 민원을 넣기도 한다. 배달 음식만 줄여도 음식물 쓰레기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와 구에서는 한강공원의 쥐를 포획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원이나 도로변에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자주 다녀 끈끈이나 쥐약을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147t에 달했다. 6월 쓰레기양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갈수록 음식물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분리 배출하지 않는 사 람이 많아지자 시는 음식물 수거함을 15개에서 5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스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인근 주민들은 "시민들이 쓰레기를 수거해가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쓰레기통이 많아져도 소용없다"고 호소한다. 시 관계자는 "남은 음식은 집에 가져가거나, 음식물 수거함에라도 제대로 버리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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