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내다 팔아야 하는데 돼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아 한숨만 나옵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돼지 3000마리를 키우는 송모씨(53)는 5일 오전 돼지들이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돈사에 에어켠을 켜고 물을 뿌리는 등 부산히 움직였다.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들은 좀처럼 사료를 먹지 않고 물만 축내고 있었다.
송씨는 “체중이 어느 정도 늘어야 출하가 가능한데 돼지들이 더위에 입맛을 잃고 사료 대신 물만 축내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에어컨을 가동하고 물을 뿌려도 평균 7~10%인 사산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폭염이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승하 ㈔대한한돈협회 서귀포시지부장은 “비육돈의 경우 사료 섭취량이 줄면서 평상시 대비 마리 당 출하 시기가 15일 가량 더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 지부장은 “돼지 출하 가격도 지난해 이맘때 보다 ㎏ 당 평균 1000원 가량 떨어져 양돈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폭염에 따른 피해는 양계농가도 마찬가지다.
닭들이 사료를 덜 섭취하면서 그만큼 계란 크기도 작아졌고 산랸율도 평소 대비 최고 20%까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산란계 4만 마리를 키우는 Y농장 관계자는 “30도가 넘는 더위가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닭 케이지 안에 선풍기를 틀고 물을 뿌리고 있지만 산란율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왕란(68g 이상)과 특란(60g~67g)을 낳던 산란계들은 사료를 먹지 않아 평소보다 작은 계란(대란, 중란, 소란)을 낳으면서 왕란과 특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지역 모 농협 관계자는 “재고가 많이 남아있어 도 전체적으로 계란 품귀현상은 아직까지 나타나기 않고 있지만 왕란과 특란은 마트에서 판매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욱 서귀포시 축산과장은 “가축들이 더위에 스트레스를 받아 사료를 덜 먹으면서 젖소인 경우 마리당 1일 산유량이 평소 대비 20% 감소하고 돼지와 한우 등도 살이 찌지 않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도내 축산 농가와 사육 규모는 ▲한우 790농가 3만4225마리 ▲육우 27농가 1519마리 ▲젖소 36농가 4169마리 ▲돼지 294농가 55만7703마리 ▲닭 220농가 173만3061마리 ▲말 804농가 1만5117마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