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키운 고온건조 '산불피해' 키워

영동지역 봄철 대형화재 유발 [권대정 기자 2019-04-05 오후 6:51:03 금요일] djk3545@empas.com
산불피해 왜 자꾸 커지나

태백산 넘으면서 풍속 빨라져
영동지역 봄철 대형화재 유발

오늘 오후 강풍경보 해제 돼도
돌풍 불면 추가 산불피해 우려


강원, 충남, 경북, 부산 등 화마(火魔)가 곳곳을 뒤덮으면서 전국이 산불 피해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번 화재는 건조한 날씨와 태풍급 강풍이 맞물려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특히 강원 동해안의 대형산불은 봄철에 영서 지역에서 영동 지역으로 부는 국지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의 영향이 지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5일 오후부터 한반도에 있는 기압밀도가 점차 약해지면서 강원 영동에 발령된 ‘강풍 경보’가 해제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바람이 잦아들어도 산불 지역에선 곳에 따라 순간 돌풍이 불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말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이 비상=임야 7㏊를 태우고 8시간여 만에 꺼진 충남 아산 설화산이 5일 새벽 다시 발화해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전 1시쯤 “설화산 정상 쪽에서 산불이 재발화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1대와 임차 헬기 2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불은 설화산 7분 능선에서 연기를 내며 타고 있으나 오전 9시 30분 현재 큰불은 잡힌 상태다.

임야 20㏊를 태우고 18시간 만에 꺼진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에도 이날 0시 10분쯤 화재가 재발했다. 운봉산은 지난 3일 초진된 이후 벌써 3차례 재발화한 것이다. 재발화로 기장군 사등마을 주민 22명이 대피했고, 농막 2채가 소실됐다. 불은 오전 6시 기준으로 모두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새벽 3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운제산 정상 근처에서도 산불이 재발해 4시간 30여 분 만인 7시 33분쯤 꺼졌다. 불이 난 곳은 지난 3일 오후 불이 나 산림 3㏊가 탄 곳이다. 4일 오후에도 이곳에서 불씨가 되살아났다가 진화된 바 있다. 날이 밝자 소방당국은 잔불을 정리하며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양간지풍에 취약한 강원= 영동 지역은 잊을 만하면 대형산불이 발생하는 악몽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동 지역에 한 번 불이 붙으면 대형산불로 번지는 이유는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양간지풍’ 때문이다. 양간지풍은 영서 지역에서 태백산맥을 넘는 바람이 ‘기온역전층’에 막혀 산을 따라 고도가 낮아지는 영동 지역으로 쏟아지면서 풍속이 빨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양간지풍은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빠르다. 4일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이 30m 이상(시속 108㎞ 이상)의 강풍이 몰아쳤고, 해안가에도 초속 20m(시속 72㎞ 이상) 안팎의 태풍급 강풍이 이어졌다. 양간지풍이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셈이다. 이번 전국 동시다발적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한몫했다. 기상청은 날이 건조해 지면이 마르고, 화재에 취약한 낙엽이 악조건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5일 오후 강풍 경보 해제…건조한 날씨·순간 돌풍이 변수 = 기상청은 현재 강원 영동에 내려진 강풍 경보가 5일 오후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의 고기압과 북쪽의 저기압 배치가 해소되면서 한반도 기압밀도가 약해져 강풍 경보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강풍 경보가 해제되더라도 날씨가 여전히 건조하고 산불 지역은 국지적으로 상승류가 강하게 발생해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돌풍이 불 전망이라 추가 산불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전까지 불던 남서풍이 오후에는 서에서 서북서풍으로 바뀌고, 평균 초속 7m(시속 25㎞)의 바람이 불겠지만, 순간적으로 바람이 초속 15m(시속 54㎞)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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