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청민심 자극

지역감정으로 위기 탈출 [김기완 기자 2015-04-17 오후 6:24:15 금요일]

이완구 총리, 잇단 충청 민심 자극 발언…지역감정 조장 논란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충청권의 민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감정을 이용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충청도 말투’ 이야기를 꺼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선거 자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총리의 해명이 계속 바뀌는 것을 놓고 야당이 ‘거짓말을 한다’고 공격을 했을 때였다.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어떤 사람은 ‘이완구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고 하자, 이 총리는 “곧바로 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게 하다 보면 경우에 따라선 보통 ‘글쎄요…’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라고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충청도에 대한 발언이 또 나왔다. 최동익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2월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충청 지역에 ‘충청 총리 낙마하면 총선·대선 두고 보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대거 걸린 것에 대해 질의하자, “그 발단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당시) ‘호남 총리’란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 총리가 인사청문회 당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성 전 회장이 조직한) 충청포럼에 도움을 요청했고, 충청포럼이 이 총리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충청 지역에 수천 장 내걸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성 주장이다. 또 쟁점을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친분이 아닌, 호남과 충청 지역의 지역감정으로 몰고 가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 총리와 관련해 충청 지역 여론을 호남과 대립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발언은 인사청문회 때도 나왔다.

이 총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지난 2월 11일 총리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강 명예회장은 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전북 정읍)에게 “충청도에서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 분들이 (문제를 제기)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의원들이 반발하자, 강 명예회장은 “죄송하다”고 말은 했지만 “아까 보니 (청문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다 호남 분이라 그러던데…”라고 말을 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총리가 지역 감정을 교묘하게 자극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 총리의 잠재의식 속에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 충청권의 지역 감정에 기대야겠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는 구시대의 산물인데 문제가 많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의 충청권 한 의원은 “16일 이 총리의 발언은 충청도 사람들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이 총리가 과거 청문회 과정에서도 그렇고 끊임없이 지역 감정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지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고 했다.

최근 충청권의 각종 시민단체들도 이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에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로 인해 이완구 의원을 국무총리를 만든 ‘충청권 총리’가 조작된 지역 민심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총리는 더 이상 국민과 국가기관을 모욕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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