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로 본 한국의 AI기술은.....

중궁, 일본 다음 수준 [권대정 기자 2016-03-16 오후 2:52:59 수요일] djk3545@empas.com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결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국내 기술력은 주요 선진국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2015년 정보통신기술(ICT) 수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75로 4년 정도 뒤처진 상태이다. 일본(89.3)보다 1.1년 뒤지고, 중국(71.9)보다 0.3년 정도 앞섰지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들은 10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해왔다. 구글은 2001년부터 관련 분야에 280억달러(약 33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알파고에 적용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의 제프 딘 선임연구원은 “이메일, 지도, 사진, 검색, 유튜브 등 구글 제품 전반에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된다”면서 “향후 머신러닝 적용 범위를 제조업,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경로를 찾아 움직이는 자율 주행차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선일보DB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는 이미 20년 전 체스 챔피언을 꺾었으며, 슈퍼컴퓨터 ‘왓슨’은 실제 의료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을 이용한 암진단 정확도는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자궁경부암 100%로 전문의보다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기상 캐스터 ‘샤오빙’을 선보였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로봇 ‘페퍼’를 개발하는 등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에서는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는 3억달러를 들여 지난해 미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전문가인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국내 기업들도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IT 기업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네이버와 SK텔레콤, 엔씨소프트 등 주로 인터넷·게임회사들이 인공지능 관련 별도 조직을 두고 음성인식과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들어서야 인공지능 연구팀을 신설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한국형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주요 연구소 관계자들은 “미국처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 연구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연구 저변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장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력도 부족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올해 센터 주관 과제에 참여한 119개 연구소·대학 소속 연구팀과 업체 중 인공지능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는 곳은 39곳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중 32곳은 전문인력이 50명 미만이었다.

김석원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전문 인력이 얼마 없다”면서 “인공지능 전문 인력의 대다수가 현재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부 뛰어난 인재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에서 영입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당장 수백억원을 투자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기초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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