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명품 국산 무기'로 선전해온 한국형 기동 헬리콥터 수리온(KUH-1·사진)이 올해 초 미국에서 실시된 결빙(結氷)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일선 군부대 납품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이미 실전 배치된 50여 대의 안전도 문제지만 추가 양산과 수출도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규 의원이 최근 제출받은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은 작년 10월~올해 3월 미국 미시간주에서 '기체 결빙 테스트'를 받았다. 영상 5도~영하 30도의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수리온의 비행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그 결과 수리온은 엔진 공기 흡입구 등에 허용치를 초과(100g 이상)하는 얼음이 생기는 착빙(着氷) 문제가 발견됐다.
엔진 제작사인 GE에 따르면, 이런 얼음이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 날개(에어 포일)가 파손돼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겨울철 습한 환경에서 수리온의 기동 능력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와 방사청은 최근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납품 중지 지시를 내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KAI 측은 "이번 결빙 시험은 영하 수십도의 저온과 얼음이 잘 생기는 매우 습한 환경에서 진행됐다"며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건조한 한반도에서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안개가 많은 초겨울(11~12월)과 초봄(2~3월)에 고도 600~900m에서 헬기 착빙 현상이 일어난다"며 "헬기 운용 부대를 방문해 착빙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본부도 착빙을 우려해 수리온 사용 교범에 '착빙이 일어나면 신속히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 해결 때까지 이미 전력화한 수리온 50여 대의 겨울철 작전에 제약이 불가피해 보인다. 군 안팎에선 작년 12월 육군항공학교에서 교육 중이던 수리온이 불시착한 것도 착빙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수리온의 결빙·착빙 문제를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이번 결빙 시험에서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품 7개를 개선해야 한다. 이 중 공기 흡입구 등 3개는 설계부터 새로 해야 한다. 개선 작업을 완료하는 데 2년쯤 걸린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수리온은 개발에만 1조3000억원이 들었다. 2013년 5월 전력화 기념식 땐 박근혜 대통령이 시승까지 했다. 최근까지 1조원을 들여 50여 대를 양산했다. 군은 2023년까지 5조원을 추가 투입해 200여 대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었으며, 300여 대의 수출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측의 '결빙 시험 불합격'으로 한동안 추가 양산은 물론 수출도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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