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중국산 배터리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사들은 전기차 포비아가 커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안전성 면에서 중국 업체 대비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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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난 메르세데스-벤츠 EQE의 배터리 셀은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 제품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내부 단락(쇼트)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배터리는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품질 불량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양극재와 이를 받아들이는 음극재, 둘 사이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 리튬이온 이동을 돕는 전해질로 구성된다. 분리막이 뚫리면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 강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이는 큰 화재와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에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중국은 주로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이번 화재가 발생한 삼원계(NCM) 배터리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반면, 국내 제조사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품질을 우선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세라믹이 코팅된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또한 모듈과 팩에는 열이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쿨링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내부의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해 셀의 저항을 줄이고 연쇄 발화를 막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도입했다.
삼성SDI는 알루미늄 외장을 사용해 외부 충격과 열에 강한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가스 배출 특수 장치와 과충전 방지 장치(OSD), 단락 차단 장치(FUSE) 등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아 올리는 'Z-폴딩' 공법으로 배터리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췄다. 배터리 내부 가스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 기술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에 약한 배터리 특성상 전기차 화재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배터리 시스템에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비 안전하지만 아직 충분한 성능을 내기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분리막의 세라믹 코팅 등을 통한 안전성 강화가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열에 강한 새로운 소재 개발이나 내부 전류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등의 적극적인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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