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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자택의 거실, 키 161cm, 몸무게 43kg의 신형진 씨(41)가 누워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미동도 없지만, 화면에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문구가 서서히 나타난다. 신씨는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로, 인공 호흡기를 통해 간신히 숨을 이어가고 있다.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8m3nLv_S5CA
신형진 씨는 오는 24일, 7년간 모은 3000만원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는 그가 2006년 8월 24일 퇴원한 지 6년 만에 결심한 일이기도 하다. 신씨는 “급여를 조금씩 모아 기부를 결심했다”며 “호흡 재활 치료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은 근육이 점차 마비되며, 결국 인공 호흡기에 의존해 병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신형진 씨는 호흡 재활 치료를 통해 필요할 때만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며 자택에서 코딩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국내 1위 애니메이션 OTT(동영상 스트리밍) 회사 ‘라프텔’의 공동 창업자이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눈을 사용해 코딩하며, 이용자별 애니메이션 추천 알고리즘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신형진 씨는 돌 무렵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았으나, 부모님의 헌신 덕분에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통합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대학원 후배의 제안으로 ‘라프텔’을 공동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OTT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신형진 씨의 모친 이원옥 씨(77)의 헌신은 특별했다. 그녀는 아들의 초중고 시절 매일 학교에 동행해 보건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대주고, 시험 때는 아들의 답을 대신 적어주었다. 대학 시절에도 어려운 학업을 도우며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신형진 씨 부모는 연세대학교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각각 10억원을 기부했지만, 이번 3000만원 기부는 신형진 씨가 직접 번 돈으로 이루어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의 강성웅 소장은 “이번 기부금은 중증 호흡 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될 것”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신형진 씨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제가 받은 사랑을 주변에 나누고 싶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좋은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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