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노동자들 비닐하우스 열기에 노출심각

인구급감, 외국인노동자 환경구조 선제적으로 개선되어야... [양동익 기자 2024-08-10 오전 9:51:13 토요일] a01024100247@gmail.com

 

 

경기 포천의 채소 재배 지역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노동자 수잔(35·가명)씨는 올해로 1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 생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체감온도 33도의 무더위 속에서 수잔씨는 하루 13시간씩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대파를 가꾸고 있었다. 그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더 이상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WY1Qv8-iqWI




 

수잔씨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휴식 없이 일하고 있으며,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닐하우스에서 물을 제대로 마시기 어려운 환경에서 하루 1ℓ의 물만 마시고 있다. 최근에서야 숙소에 에어컨이 설치되었지만, 그가 받는 월급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잔씨는 극한의 작업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법 체류자가 되어서라도 공장에서 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같은 날 만난 다른 이주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는 "폭염 특보에도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폭염 지침을 의무화하고 이주노동자의 고용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화성은 전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며, 제조업체도 가장 많은 지역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5월 기준 화성에는 4만7999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는 2만8500여 개의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다. 제조업 중심지로 급부상한 화성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화성에서 발생한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고의 충격에 몸서리치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앞으로 노동 환경을 더 신중히 살펴야겠다고 말했다. 사고 업체와 관련된 음식점 사장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슬픔과 함께 재가동에 대한 걱정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발안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을 악용하는 일부 고용주들을 지적하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산업연수생 관리비 명목으로 자금을 챙기면서도, 실질적인 관리 책임을 영세 송출업체에 떠넘기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 송출 비리와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

 

전면 시행될 고용허가제도 역시 관리 체계가 기존 산업연수생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파키스탄인 노동자들이 부산의 신발제조업체에서 직업병을 얻어 병원을 방문한 후, 허락 없이 병원을 갔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여의도에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이 지불한 송출비는 공식 비용보다 다섯 배나 높은 7000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송출업체의 횡포나 외국인 노동자의 피해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인권단체들은 연수 관리비로 연간 수백억 원을 챙기면서도 관리 책임을 영세 송출업체에 떠넘기는 중기협을 비판하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2007년부터 시행되지만 관리 체계가 변하지 않아, 제2의 산업연수생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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