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인근 새빛 시장은 밤이 되면 승합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며 활기를 띤다. 상인들은 차에서 물건을 꺼내고, 노란 천막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노란 천막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곳은 이른바 ‘짝퉁 시장’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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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에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샤넬 지갑이 3만 5000원에 거래된다. 흥정 끝에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가방, 지갑, 신발, 옷, 액세서리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위조 상품들이 이곳에서 판매된다. 루이비통, 샤넬, 디올 등 고가 브랜드를 모방한 이른바 ‘짝퉁’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허청, 서울시, 서울 중구청, 서울 중부경찰서로 구성된 ‘새빛 시장 위조상품 수사협의체’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이 시장을 불시에 단속해 총 1173점의 위조 상품을 압수하고, 판매자들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단속이 뜸해지자 ‘짝퉁 시장’은 여전히 밤마다 불을 밝히며 성업 중이다.
이날 새빛 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주로 젊은 층과 외국인이었다. 한 남성 무리가 지갑을 구매하기 위해 상인과 흥정하는 모습을 보며 ‘위조품인 걸 알면서도 왜 구매하냐’고 묻자, 이들은 “명품은 비싸니 살 수 없고, 짝퉁을 사서 명품을 산 것처럼 보이면 그만”이라며 “남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남성은 결국 흥정에 성공해 명품 지갑을 손에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인터뷰 중이던 기자를 본 한 상인은 “사진 찍지 말라”며 카메라를 가로막았다. 그는 “먹고살기 힘든데 굳이 이렇게 드러내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취재 중이라는 소식이 퍼지자 상인들은 순식간에 물건을 치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텅 빈 매대가 줄지어 목격됐다. 이들은 짝퉁 판매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단속을 피해 영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새빛 시장은 서울 중구청이 2016년 동대문 야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표법 준수를 조건으로 허가해 준 야간 노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위조 상품 판매가 성행하며 불법 영업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특허청 박주연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수사력을 집중해 강력한 단속을 지속하겠다”며 “위조 상품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단속뿐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위조 상품 구매를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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