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세워왔던 실적 신기록 행진이 올해 2분기에 멈췄다. 반도체 부문은 호조였지만,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부문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 나와 가팔랐던 실적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이 58조원, 영업이익은 14조8000억원을 잠정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5.37%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9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19% 늘었다. 다만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15조2704억원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D램이 먹여살린 반도체…전체 영업익 비중 80% 추정

지난 분기에 이어 올해 2분기 역시 메모리 사업부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2분기에 반도체 부문서 1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80% 수준이 반도체 부문 한 곳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 반도체의 캐시카우나 다름 없는 D램은 서버, 모바일 등 주요 수요처가 여전히 D램 공급에 목마른 상황이어서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의 공급이 늘면서 가격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견조한 D램 실적으로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역시 전망이 긍정적이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D램의 가격 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D램)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며 D램 가격도 3분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S9 부진 여파…영업익 1조원 이상 ‘뚝’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전략 제품인 갤럭시S9 판매 부진 여파로 2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IM부문이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분기 3조7700억원에서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조2900억원을 달성한 이후 지난해 4분기 2조4200억원으로 떨어졌던 IM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다시 3조원대로 올라서며 성장에 탄력을 받았다. '갤럭시S9' 조기 출시 효과와 마케팅 비용 감축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신제품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1개월 빨리 앞당겨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량 둔화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것이다. 정체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갤럭시S9의 2분기 판매량은 약 7200만대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8%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고가 제품에서는 애플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고 중저가 제품은 중국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며 "갤럭시노트9 등 후속모델 출시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가전·디스플레이도 울상…TV는 소폭 반등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초반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 1조7100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 수요 부진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매출이 모두 1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CE(소비자가전)부문의 경우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을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을 앞두고 매출이 증가했고 패널 가격이 하락한 덕분에 이익률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분기에는 중저가 TV 라인업 축소 등 재편 작업과 생활가전의 수익성 둔화로 영업이익이 약 30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2분기에는 약 5000억원 수준이 됐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