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문재인 경제 어려워 평화에 베팅
사소한 언행이 재앙이 될 수도 [권대정 기자 2019-03-15 오후 12:03:06 금요일] djk3545@empas.com
"美 점진 접근하고 北 우라늄시설 추가폐기 등 더 내놓고 덜 기대해야"
"문 대통령 한국 경제 어려운 시기에 정치적 이득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
문 특보는 이날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 서울이 하노이 회담 이후를 낙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문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은 한국에 남북경협에 대한 유연성 확대와 같은 지렛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의 요구는 너무 컸고 북한의 제안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실패로 이어졌다"면서 "이 다음 단계에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노이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지만 김정은은 한·미가 협력하고 있다고 인식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문 특보의 진단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남북경협을 통해 교착 상태에 놓인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을 타개할 수 있도록 미국이 여지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특보는 또 "(미?북) 관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도발적 레토릭이나 행동이 얼마나 사소해 보이든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상호 언행 자제가 (비핵화) 협상 재개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협상을 궤도에서 이탈하게 하고 잠재적 재앙을 촉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 탄도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측에 섣부른 행동에 나서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지난해 5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강경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싱가포르 회담이 무산될 뻔한 상황을 상기하면서 "양쪽이 신중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전부 아니면 전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미국이 점진적 접근을 계속 꺼리면 현재의 교착에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면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내놓은 제안도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추가 폐기 약속 같은 제안을 더 내놓으면서 광범위한 제재 해제 대신 남북 경협 정도로 기대를 덜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비핵화 협상 불발 시 남·북·미 세 정상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다시 강경노선을 펴는 것은 부분적으로 국내 정치적 우려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면서 "핵 협상의 정치화는 한국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도 북한에서는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지만 미·북 협상이 흔들릴 경우 군과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내부의 부정적 정치 여파에 직면할 수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계속 교착되면 과거의 선군(先軍) 정치 복귀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시기에 그에게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줄 평화 이니셔티브에 베팅한 것(At a time of protracted economic hardship in South Korea, Moon has bet on the peace initiative to bring him political gains)"이라며 "외교적 돌파구가 없다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without a diplomatic breakthrough, and with a general election scheduled for April 2020), 문 대통령은 주눅이 든 채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face a daunting and uncertain future) 수도 있다"고 했다.
문 특보는 이어 "최근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협상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에 낙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은 협상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 어렵게 얻은 대화를 지속하고 화해를 향한 모멘텀을 살려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상의 길을 깨는 건 쉽지만 복구는 너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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