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막다 유죄된 경찰 모금운동
경찰로 살기 힘들다 [권대정 기자 2018-06-22 오후 3:06:59 금요일] djk3545@empas.com‘업무상 과실치사’ 1심서 유죄 판결
“우리가 돕자” 호소에 동료들 7000만원 모금
“범법자가 큰소리치는 나라...경찰로 살기 힘들다”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돕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7일 경찰 내부망에 형사처벌 위기에 놓인 동료의 사연을 전하는 게시 글이 올라왔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 ‘민중총궐기집회’에 살수차 운용요원으로 동원됐다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모(40)·최모(29) 경장을 돕자는 내용이었다.
호소문을 올린 하태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장비계장은 “당시 집회 참가자들과 우리 경찰의 직접적인 충돌이 있었다”며 “(경찰은) 극단적인 상황을 방지하려 했으나 불행한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후배·동료들이 십시일반 돕는다면 경제적인 부분으로 고통 받고 있을 한·최 경장과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계장이 언급한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관 76명이 다쳤고, 경찰버스 43대가 파손됐다. 7만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는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 버스에 방화를 시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백남기씨는 종로 1가에서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리려 했다.
충남지방경찰청 소속으로 시위 현장에 동원된 한·최 경장은 살수차에서 ‘물대포’로 이에 대응했다. 시위에 참가한 백씨가 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고, 317일 만인 2016년 9월 숨졌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두 경찰에 대해 “반복된 교육훈련을 받았음에도 ‘직사(直射)살수 시 가슴 이하를 겨냥한다’는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피해자의 머리 등 상반신에 물줄기가 향하도록 조작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한 경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 경장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호소문을 올린 하 계장은 “한 경장은 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가혹한 상황”이라면서 “두 동료는 앞으로 2심, 3심, 민사소송 절차까지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 계장이 호소문을 올린 지 2주 만에 7000만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1800여 명의 선후배, 동료 경찰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호소문에는 “모금으로밖에 돕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범법자가 더 큰소리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기 참 힘들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하 계장은 오는 31일 모금액을 한 경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범법자가 큰소리치는 나라...경찰로 살기 힘들다”
퇴직 위기에 몰린 동료의 사연을 접한 경찰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당시 현장에서 시위대를 보면서 느끼는 게 ‘원수를 눈앞에 뒀다면 저럴까’ 였습니다. 욕하고 비아냥거리고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게 정당한 시위라고 말 못합니다.” 한·최 경장에 대한 호소문에 동료 경찰은 이런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경자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불의한 박근혜 정권에 맞선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는 정의(正義)였다”며 “(당시)민주노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박근혜 정권이 끝내 끝장날 수 있었겠느냐. 차 벽을 넘고 경찰 공권력을 넘어서 불의하다고 외친 것이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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