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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금천구 지반 꺼져

전쟁난줄 알았다 [권대정 기자 2018-08-31 오후 6:21:38 금요일] djk3545@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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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쾅’

31일 새벽 4시30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 OO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72)씨는 정체불명의 굉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번개’라고 하기에는 ‘폭격(爆擊)’처럼 무언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 같았다. 굉음도 1~2회가 아닌 2~3시간 이어졌고, 진동도 느껴졌다. 무슨일인지 확인하려고 창문을 열어보니, 아파트 지상주차장에 농구코트 만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것. 주차돼있던 자동차들은 뒷바퀴로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었다. 이씨는 "이 아파트에 10년째 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불안하고 무서워서 당분간 집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31일 새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의 지반이 무너지며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다. 도로가 꺼지며 주차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구로 소방서 제공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해, 새벽 4시30분쯤 가로 30m, 세로 10m~13m, 깊이 6m 지반 침하현상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이 아파트에 사는 76가구 주민 176명을 대피시켰다. 대피한 주민들은 인근 경로당과 주민센터로 이동했다. 한 50대 주민은 크게 놀라 받은 충격 때문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주민 박모(63)씨는 "뭐가 막 무너지는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보니 우리집 바로 앞이었다"며 "한밤중에 공사하다 뭘 폭파시키나 싶을만큼 소리가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김모(56)씨는 "전쟁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며 "밖에서 다들 대피하라고 소리를 쳤고, 불안해서 가족들과 함께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발생한 지반침하는 오피스텔(지상 30층, 지하 3층) 공사 현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며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이수권 동양미래대학 건축과 교수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새벽에 무너지면서 도로와 아파트 쪽에 땅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1일 새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의 지반이 무너지며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다./김민정 기자
이번 지반침하로 공사장의 임시 가림막은 크게 휘어졌고, 아파트 일대 토지가 5도 가량 기울었다. 이 교수는 "인근 아파트는 땅에 기둥을 박아 지지되기 때문에 토사 유출로 인한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육안상 큰 위험 요소는 없어 보이지만 계측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정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흙막이가 붕괴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며칠째 이어진 폭우 때문에 흙막이가 무너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 금천구에는 200mm 가량의 비가 내렸다.

무리한 오피스텔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공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지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또 공사를 진행하면서 판 지하를 콘크리트로 메우지 않고 기둥으로만 버티다가 땅이 꺼졌다는 의견도 있다. 주민 박모(65)씨는 "지난주부터 이미 아파트 주차장 땅이 조금씩 갈라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민원. 주민들은 땅이 꺼지기 전인 21일 공사 현장 인근의 '지반 갈라짐'과 '침하 우려'를 지적하는 민원을 금천구청에 접수했다./김민정 기자
조석현 주민회장은 "시공사가 주민들 앞에 나서서 입장을 밝혔으면 좋겠다"며 "이전부터 주차장 땅이 갈라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 금천구청 측은 지반침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고, 공사는 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진정서는 전날 밤에 들어왔던 것"이라며 "이날 정밀 조사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측에서 민원을 넣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접수된 점에 대해서는 "중간 과정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소방당국과 구청은 무너진 지반에 흙을 채워 추가 붕괴를 막고 안전사고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조성하 서울시 안전관리자문위원은 "흙을 쌓고 있고 빠르면 2~3시간 내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피 주민들의 복귀는 건물의 이상 여부를 파악 후 진행할 예정이다. 조 위원은 "추가 붕괴 대비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장을 직접 육안으로 건물의 변형이 없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파악이 끝나는 데는 대략 24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회의를 한 뒤 재입주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다.

31일 새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의 지반이 무너지며 주민 200여 명이 주민센터와 인근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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