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고유정의 이중성
완전범죄 꿈꾼 알리바이 [권대정 기자 2019-07-04 오후 2:50:59 목요일] djk3545@empas.com
①‘완전범죄'를 꿈꿨나… 꼬리 밟힌 가짜 알리바이

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범행 열흘 전쯤 자신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2대로 검색한 단어들이다. 고는 인터넷 쇼핑몰과 마트 등에서 범행에 쓸 도구만 수십가지를 샀다. 그리고는 강씨에게 "25일 제주에서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초 만나기로 했던 장소를 변경한다. 4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단독 입수한 고의 공소장을 보면 그의 범행은 소름끼칠만큼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하지만 고유정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강씨에 대항하다 벌어진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범행 동기나 범행수법,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검찰의 공소장을 토대로 고유정의 범행 과정을 재구성했다.
◇약속도 하기 전 ‘제주’ 가서 범행도구 준비
5월 9일 고유정은 법원 조정 절차를 통해 전 남편 강씨가 아들(5)을 만나게 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1차 면접 교섭은 5월 25일 고가 재혼한 남편과 살고 있는 청주에서, 2차 면접 교섭은 6월 8일 제주에서 진행하라고 했다. 그런데 고는 일주일 만인 5월 16일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 예약을 마쳤다. 이튿날(17일)엔 CCTV가 없는 무인 키즈펜션을 예약했다. 강씨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인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 일정이었다. 또 이날 자신의 집에서 18㎞쯤 떨어 충북 청원군 한 병원에서 감기약 5일치와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 7정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 18일 고는 아이를 데리고 먼저 제주도로 들어갔다. 약속 장소를 청주에서 제주도로 바꾸기도 전에 미리 제주도에 가 있었던 것이다.
제주에 도착한 지 이틀 뒤인 20일 고는 남편에게 "25일 제주에서 만나자~~ 마침 제주 일정 늘어나서 제주에서 보는 게 OO이(아들)한테 더 좋을 것 같다. 괜찮지? 어디갈지 고민해 봅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는 다정한 어투로 보낸 이 문자를 통해 이혼 후 처음으로 전 남편과 아이를 만나게 해주는 약속장소를 제주로 바꿨다.
이후 고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휴대용 가스버너 1개, 몰카패치 1개, 들통 2개, 핸드믹서기 1개 등을 구매해 제주에 있는 자신의 친정으로 배송시켰다. 다시 이틀 뒤인 22일에는 직접 마트에 들러 락스 세제, 표백제, 고무장갑, 김장용 비닐팩, 부탄가스, 그리고 범행 당일 식사로 준비할 ‘카레' 한 봉지와 식칼 1개를샀다. 검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이후 사체를 훼손해 흔적을 지우기 위한 범행도구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25일 오전 11시30분쯤 서귀포시에서 강씨를 만났다. 이어 곧바로 강씨와 아이 등과 함께 제주시의 한 마트로 이동했다. 여기에선 황태해장국 1개와 갈비탕 1개, 수박 1개와 카레에 들어갈 양파·감자·닭가슴살·당근 등 식재료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강씨가 타고 온 차는 마트 주차장에 그대로 세워두도록 한 뒤, 트렁크에 범행도구가 잔뜩 실려 있는 자신의 그랜저승용차로 함께 펜션으로 이동했다. 강씨에게는 그저 ‘가족여행’처럼 느껴졌을 법 한 분위기였다.
이날 저녁 펜션에서는 카레를 메뉴로 한 저녁식사가 준비됐다. 물론 사전에 수면제를 타 놓은 카레였다. 오후 8시 2분쯤 강씨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전화통화를 했고, 이후 수면제가 온몸에 퍼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고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주며 놀이방으로 들여보내 게임을 하라고 했다. 이후 1시간 40여분 동안 놀이방에서 밖으로 못나오도록 했다. 검찰은 고가 오후 8시10분쯤부터 9시 50분 사이에 미리 준비한 흉기로 강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사체는 욕실로 옮겨놓고 세제 등으로 혈흔 등 흔적을 지웠다고 한다.
이튿날 오전 11시쯤 고는 아이를 친정으로 데려가 맡겼다. 그리고 낮 12시 24분쯤 펜션으로 혼자 돌아왔다. 아이는 아빠가 왜 사라졌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은 고유정이 27일 오전 11시 30분 퇴실을 준비할 때까지 만 하루 동안에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살해 흔적을 지운 것으로 보고 있다. 훼손된 시신은 비닐과 종이박스, 들통 등에 담아 차량 트렁크와 뒷좌석에 나눠 실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27일 낮 12시쯤 펜션을 퇴실할 때는 사체 훼손 때 썼던 도마와 채반, 가스버너, 부탄가스 등을 펜션 주변에 버렸다.
검찰에 따르면 고는 하루를 제주에 머물면서 알리바이를 만들고사체를 은닉하는 등 ‘완전범죄’를 다시 계획하고 준비했다. 28일 밤 제주에서 완도로 이동하는 여객선 위에서 비닐에 담은 사체 일부를 바다에 버렸고, 2차로 친정아버지 명의로 돼 있는 경기 김포시 아파트에서 남은 사체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숨진 강씨의 시신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펜션을 나온 고유정이 했던 첫 행동은 119에 전화를 건 것이다. 펜션에서 퇴실한 지 30분쯤 지난 27일 낮 12시 30분쯤 고는 119에 전화를 걸어 "손에 상처를 입었는데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병원을 찾아가 태연하게 입원해 치료도 받았다. 검찰은 고가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다가 실패하자 펜션을 뛰쳐나가 행방을 감췄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오른쪽 손에 상처가 난 것처럼 알리바이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고는 이미 숨진 강씨의 휴대폰으로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처럼 조작했다. 내용은 이렇다.
"성폭력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어. 니가 인간이냐? 넌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나쁜 인간이다."(오후 2시 48분 고유정→전 남편)
"미안하게 됐다. 내정신이 아니었져. 너 재혼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고 어쨌든 미안하게 됐다. 고소는 하지 말아주라. 내년에도 취업해야되고 미안하다."(오후 4시 48분 전 남편→고유정)
그리고 4분 뒤인 오후 4시 52분쯤 강씨의 휴대폰을 꺼버렸다. 이틀 전인 25일 펜션 안에서 성폭행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절묘하게 꾸몄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고는 경찰과 검찰조사에서 강씨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가 저지른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오른손과 배, 팔 등에 난 상처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도 했다. 성폭행 시도를 막다가 다친 상처라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 가짜 알리바이를 만들고, 자신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는 등 범행사실 자체를 숨기려고 한 정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전문가 감정을 통해 고유정 몸에 난 상처가 성폭행을 방어하다가 생긴 상처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오른손 상처는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격흔’이고, 다른 상처는 자해흔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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