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일반 중학교로 전환된다. 서울교육청은 이들 학교가 입시전문기관으로 변질됐다며 재지정을 취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국제중 운영성과 평가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원·영훈 국제중학교의 재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5년마다 학교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교육부 장관 동의를 받아 특성화중학교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지정했다. 해당 중학교는 내년 일반중학교로 전환된다. 기존 학생들은 졸업때까지 국제중 학생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국제중은 당초 설립당시 목적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국제중은 해외생활이 길었던 학생들의 국내 적응과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대원중과 영훈중이 2009년 일반중에서 국제중으로 전환지만 2017년 통계상 국제중의 해외 출신 학생 비율은 1.4%에 불과해 당초 설립목적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대한 지정취소를 결정한 것은 교육당국의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폐지하는 것과 같은 궤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학교 의무교육단계에서 국제중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시교육기관으로 변질됐다고도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은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 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인식돼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서 사립초등학교, 특수목적고로 가는 과정 중 중학교 단계 목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4개 사립 국제중의 연평균 학비는 1100만원에 달해 부모의 경제력이 의무교육 단계의 우리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도 촉구했다. 교육청이 국제중 지정을 취소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제중이 지정되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을 교육부가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건학이념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사교육과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원·영훈국제중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의 지정 취소 결정이 나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해당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마 결론을 내놓고 평가를 한 것이기 때문에 평가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지정 취소가 결정한 2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국제중학교의 운명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전국에는 총 5개 국제중이 있는데 이
2018년 문을 연 경남의 선인국제중을 제외하고 경기도의 청심국제중과 부산의 부산국제중도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등에 앞장선 것으로 미루어 청심국제중도 폐지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산국제중은 국가가 지정한 공립중학교여서 사정이 좀 다르다. 그리고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이미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부산국제중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의 재지정평가도 이달내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입시전문가들은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으로 강남 학군의 유명 중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제중 진학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이 명문 학군 소재 일반중으로 발을 돌릴 것”이라며 “자유학기제 시행 등으로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명문 중학교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생의 부모들이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인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들이 선호하는 일반 명문중학교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