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고액의 보수 외에 스톡옵션까지 받았지만 정 전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견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의원 포스코에서 스톡옵션까지 받아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시점은 2010년인데, 당시 이사회 의장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2005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도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2010년엔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평균 53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연봉은 개인 별이 아니라 평균 금액만 공개되고 있는데, 이사회 의장은 다른 사외이사보다 많이 지급하는 게 관행이라 안 의원은 5300만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특히 2005년에 별도로 2000주의 스톡옵션까지 부여 받았다. 부여 받을 당시 포스코 주가와 행사 시점의 포스코 주가를 비교해 차액을 현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안 의원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때는 2005년 4월 28일이었는데 이때 포스코 주가는 19만4900원이었다. 이후 안 의원은 2012년 1월부터 4월 사이 권리를 행사했다. 당시 포스코 주가가 37만~43만원 사이에서 형성됐던 것을 감안하면 스톡옵션으로만 최고 4억5000만원 가량을 챙긴 셈이 된다.
안 의원은 이렇게 많은 보수를 받았지만 성진지오텍 등 계열사 인수 계획에 대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안 의원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해외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2005년 3월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물러난 후 2008년 4월까지 미국 유학을 다녀왔는데, 이 기간에도 포스코 사외이사직을 유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 체류하느라 사외이사 활동이 어려운 데도 사외이사 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포스코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대부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총 235개의 안건 가운데 반대는 3건, 수정 찬성은 6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당시 안 의원 외에도 여러 저명인사들이 포스코 사외이사진에 포함돼 있었다. 손욱 농심 회장(이하 당시 직책), 박상용 연세대 교수, 유장희 동아시아경제학회장,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이영선 한림대 총장, 김병기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급 연구위원, 이창희 서울대 법학부 교수 등이다.
◇포스코, 박원순 시장 재단에 거액 후원
포스코는 이전에도 여러 저명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박원순 시장은 아름다운재단을 이끌던 때인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때 아름다운재단과 포스코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박 시장이 포스코의 사외이사를 지낼 당시, 이대공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아름다운 재단 이사를 맡았다.
2011년 박 시장이 시장 선거에 나올 때 아름다운재단이 포스코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문제된 바 있다. 이때 무소속이었던 강용석 전 의원은 아름다운재단 연차보고서를 분석해 “아름다운재단은 박 시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는 동안 포스코로부터 5억6624만원을 기부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재단이 정당하게 기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가 이전에 보였던 행보와 대기업 사외이사직은 경력상 서로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사외이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이 소속된 단체나 대학에 후원을 하고 있다”며 “박 시장도 비슷한 경우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인사 용돈벌이용으로 전락한 사외이사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제도가 저명인사들의 용돈 벌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계의 경우 사외이사들에게 기본급 4000만~4500만원을 지급하면서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50만~100만원의 거마비도 지급하고 있다.
이런 거마비까지 합하면 사외이사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나온다.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각 사외이사 집으로 기사 딸린 고급 차량을 보내 정중하게 모시고, 1년에 한 번 씩 종합병원 건강 검진도 시켜준다. 또 지사가 있는 해외에서 이사회를 열어 해외 여행 기회를 주기도 한다. 포스코도 여러 차례 해외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해주니 거의 모든 안건에 대해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게 대부분 사외이사들의 현실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때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제 기능을 상실한 채 겉돌고 있다”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